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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세계

by Chiara Park 2022.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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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어린이에 대해 생각할수록 우리의 세계는 넓어진다
어린이는 잘 보이지 않는다. 몸이 작아서이기도 하고, 목소리가 작아서이기도 하다. 양육이나 교육, 돌봄을 맡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 곁에 어린이가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기 쉽다. 10년 남짓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고, 지금은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과 책을 읽는 김소영은 어린이의 존재를 더 잘 보이게 하기 위해 부지런히 글을 쓰고 목소리를 내 왔다. 이 책에는 김소영이 어린이들과 만나며 발견한, 작고 약한 존재들이 분주하게 배우고 익히며 자라나는 세계가 담겨 있다. 이 세계의 어린이는 우리 곁의 어린이이기도 하고, 우리 모두가 통과해온 어린이이기도 하며, 동료 시민이자 다음 세대를 이루는 어린이이기도 하다.

독서교실 안팎에서 어린이들 특유의 생각과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김소영의 글은 어린이의 세계에 반응하며 깨닫는 어른의 역할과 모든 구성원에게 합당한 자리를 마련해야 할 사회의 의무에 이르기까지 점차 넓게 확장해 간다. 어린이를 더 잘 이해해 보려는 노력은 나 자신을, 이웃을, 우리 사회를 구석구석까지 살피려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모두가 경험하지만 누구도 선뜻 중요하다고 말하지 못했던 어린이에 관한 이야기를 비로소 시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도서 소개: 사계절 출판사

 

확진자와 동선이 이리저리 겹쳐도 걸리지 않기에, 나는 슈퍼면역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에게도 코로나19가 찾아왔고, 3일은 정신없이 집에 누워있기만 했다. 초반에 받은 3일 치 약이 똑 떨어져 약을 받기 위해서 병원에 대면 진료를 신청했다. 13시까지 오라는 말에 딱 맞춰 갔다. 

병원에 접수를 하고, 병원 밖에서 내 순서를 기다리는데 아이 하나가 계속 뛰어다녀 거슬렸다.(표현이 다소 거칠 수 있지만, 그때의 나의 심정이었다.) 그 아이는 점점 병원 앞 거리를 헤집고 다녔고, 그의 작은 형과 큰형 역시 신나게 뛰어다녔다. 잡기 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 작은형과 큰형이라고 해봤자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로 보였다. 아이는 거리를 뛰어다니며 꽃집 앞 매대 사이로도 뛰어다녔다. 순간 든 생각은 저러다가 화분 깨지면 혼나지. 큰일 나지. (생각해보면 도로를 점유하고 있는 꽃집이 문제다.) 그리고 아이들이 점점 내 앞쪽으로 오는데 순간 아득했다. 나는 너무 아팠고 지쳐있었다. 하지만 애써 아이들을 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눈치 주는 어른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아이들에게 눈치를 한 껏 주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가만히 생각했다. '어린이들이 밖에서 뛸 때조차 눈치를 봐야 한다면, 어린이들이 뛸 수 있는 곳은 어디란 말인가?' 스스로를 반성하며 책장 속에 (영원히) 잠들뻔했던 '어린이라는 세계' 책이 떠올랐다. 사둔지는 꽤 된 것 같은데, 사고 나서 대충 후루룩 읽어보고 다 읽었다고 착각했다. 그리고 그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김소영 작가의 에세이이고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왔다.

표지는 소프트 커버, 하늘색이 메인이다. 

 

어린이라는 세계 목차

목차만 봤을 때 가장 궁금했던 내용은

「한 명은 작아도 한 명」

이 책은 약 250 페이지 가량의 책으로 2시간 정도면 읽을 수 있는 가벼운(그러나 내용은 가볍지 않은) 에세이다.

어린이라는 세계는 우리를 환대한다는 사실이다. 7쪽

  그 세계는 무엇이기에 우리를 이토록 환대해줄까? 항상 기억하고 사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이면 기억이 안 나다가도, 또 세상 사는 게 힘든 어느 날이면 우리를 보듬어주고 있다.

버스를 타고 내릴 때, 문을 열고 닫을 때, 붐비는 길을 걸을 때나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머뭇거릴 때 어린이에게 빨리 하라고 눈치를 주는 어른들을 종종 본다. 18쪽

  이 문장을 보고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나도 어린이들에게 서두르라고 눈치를 준 적이 없었나?

어른도 책을 읽는다는 것, 어른도 모르는 게 있으면 공부한다는 것. 31쪽

어른이 되어서도 책을 읽어야 한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고 배우고 확인하고 그러고 나서 어린이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나눠 줘요! 그 밖에 다른 답이 있을지 없다고 확신하는 얼굴이었다. 31쪽

✏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이렇게 착하면 큰일나는데... 예전 모 방송에서 우리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한 어린이의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내가 너무 어른이 되어 버린 건지, 선뜻 마음을 나누는 어린이들을 볼 때면 가슴 한쪽이 꽉 막힌다. 아이들이 커서 만날 세상이 아이들에게 너무 상처를 주지 않기를... 

 

궁금하지만 묻지 않는다. 43쪽

✏ 내가 어린이들에게 제일 많이 하는 실수. 묻는 것. 아마 우리 주변에서 어린이들이 조금만 또래와 다른 표현을 해도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니?", "조그만 게 말하는 것 좀 봐" 하고 이야기할 것이다. 전자와 후자의 표현은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보통 전자의 말은 어린이에게 물을 때가 많고, 후자는 어른들끼리 애가 귀엽다며 표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느 표현이든 어린이를 당황하게 할 수 있다. 나도, 앞으로는 묻지 않기로 했다. 

겁쟁이가 잘도 커서 어른이 되었구나. 어린이들은 무서워하는 게 많다. 49쪽

 나는 어릴 때 에스컬레이터가 무서웠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앞에 18쪽과 오버랩이 되었다. 어릴 때 에스컬레이터가 너무 무서워 꽤나 큰 초등학생이 된 다음에도 엄마에게 안겨서 에스컬레이터를 탔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탈 바엔 계단을 이용하는 편이었고, 계단을 오를 수 없을 때는 항상 눈물을 한 바가지 쏟았었다. 

아마 그때 내가 우느라고 에스컬레이터를 못 타고 있었을 때, 어른들을 기다려 주었겠지?  그렇게 기다려준 어른들 덕분에 나는 지금 스스로 에스컬레이터를 탈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되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혼자 탈 수 있다는 건,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처음에 어린이들이 "제가 옛날에요" ~ 당황스러웠다. 73쪽
길어야 3,4년 전의 일을 두고 ~ 똑같은 기간이라고 보기 어렵다. 74쪽

 

  나도 종종 어린이들이 '옛날에', '어렸을 때'라고 표현하면 뭐 얼마나 옛날이라고, 지금도 어리면서 뭐 얼마나 더 어렸을 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7살 어린이에게 3살 때는 무려 인생의 절반 정도인 시절이다. 7살 삶의 3살은 대과거인 것이다. 어린이들의 삶의 길이를 이해하기로 했다.(내가 감히 이해할 위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2~3년 전이 엊그제 같은 어른과는 다를 것이다.

 

 

나는 짜부라지면 안 되는 사람이구나.  143쪽
어린이는 이성으로 가르친다. 151쪽
가해자가 성장 과정에서 겪은 일을 범행을 정당화하는데 소비하는 것은 학대 피해 생존자들을 모욕하는 일이다. 162쪽

 모든 어린이는 짜부라지면 안 되는 사람이다. "사람", 한 인격 그 자체이다. 이 책은 아동학대에 대한 이야기도 가볍지 않게 언급한다. 책 속에서 위 세 문장의 이야기는 각각 다르지만, 나는 책을 읽고 정리하다 이 세문장이 하나로 다가왔다. 아동학대 가해자들에게 그 어떤 서사도 주어져서는 안 되며, 그 가해자들의 과거가 어찌 되었든 가해자는 가해자다. 그들은 짜부라지면 안 되는 사람들을 짜부러뜨린 사람들이다. 이미 어른이 되었음에도 이성으로 아이들을 대하지 못했다. 어른이기 때문에 이성적일 수 있고, 오히려 가해자가 성장과정에서 겪은 일이 있다면 더욱더 아이들을 이성적으로 대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이성적으로다. '사랑으로'가 아니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할 수 없다면, 이성적으로라도 대해야 한다. 만약 가해자의 어린 시절 사정이 있다면, 오히려 죄질이 더 나쁘다. 본인이 겪었음에도 그 아픔을 알면서도 본인도 같은 짓을 한 거니까.

 

 

일단은 내가 천천히 자랐기 때문이다.~까맣게 잊고 말았다. 201쪽

 성인과 어른은 다르다. 나는 성인은 되었지만 아직 어른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사실 종종 멀미를 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얼마나 불편했는지는 기억도 안 날뿐더러, 아이들에게 눈치를 주는 어른이 된 것만 같다.

 

 

 

어린이는 공공장소에서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어디서 배워야 할까? 당연하게도 공공장소에서 배워야 한다. 213쪽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애들이 시끄러워야 애들이지 애들 조용히 가만히 말 잘 들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거라고. 

물론 때와 장소에 맞춰 아이들이 어느 정도 조용히 (가만히) 어른이 원하는 대로 있어줘야 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종종 그때와 장소를 모른다. 어린이에게도 연습이 필요하다.  

 

내가 바라는 어린이날 237쪽~247쪽

 

 이 책은 이 섹션을 위해 달려온 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다.) 뒤에 한 섹션이 더 남아 있기는 하지만, 나는 궁극적으로 이 섹션이 이 책을 말하고자 하는 바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 섹션에서 어린이날이 '해방된 존재'가 맞는지 점검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고(239쪽) 말한다. 어린이들이 자유, 안전, 평등,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지, 또 어른들을 그것들을 보장하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어린이날 해방되지 못한 어린이들을 위하여 작가는 많은 것을 제시한다. (살펴보면 많지도 않다.) 

 

 

모든 어린이들이 당당히 "한 명"이 되는 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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