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서평] 새소녀 : 그래서 우리는 꿈을 꾸어야 할까요?
그래서 우리는 꿈을 꾸어야 할까요?
벨마 월리스의 새소녀. 이 책을 이해하려면 우선, 이 책의 기본 스토리는 두 개의 전설(설화)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머릿속에 계속해서 생각해야 한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그런 전설. 그것도 태평성대의 시절이 아닌, 부족단위의 서로 먹고살기 위해 뺏고 뺏기는 시절의 설화 말이다. 만약 스포일러가 괜찮다면 ‘지은이의 말’을 먼저 읽고 책을 시작해도 좋겠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새소녀」로 출간되었지만, 원서의 제목은 「Bird Girl and the Man who Followed the Sun」이다. 제목에서부터 책이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확 다가온다.
원래 ‘전설’ 이라는 것은 그렇다. 터무니없는 것을 쫓기도 하고,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을 빌기도 한다. 이 소설 속 부족들은 아직 ‘문명’ 이전의 사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식주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이다. 산너머 남쪽에 해가 뜨는 곳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그것이 고기를 주지 않는다면, 궁금해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말한다. “아들아, 내가 가만히 앉아서 저 산들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한다고 해서 우리한테 먹을 고기가 생길까?” (21쪽) 하지만 ‘사람은 빵 만으로 살지 않는다.’는 어느 종교의 말씀처럼, 다구에게 중요한 것은 고기가 아니다. 저 산 너머이다. 고대사회부터 모두가 흠숭해 마지않던 ‘해’ 그 해의 빛이 1년 내내 내리쬐는 따뜻한 곳. 하지만 결국, 다구도 ‘어리석은 호기심 때문에 결국 사람들은 얼어 죽고 굶어 죽게 되는’(21쪽) 곳이 아닌 추운 겨울나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곳, 그래서 얼어 죽고 굶어 죽을 걱정이 없는 곳을 바랐을지도 모른다.
또 전설은 어느 고약한 것이 나와 어린아이들을 울리기도 한다. 왜 우리나라도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같은 어린아이를 겁주기 위한 그런 전설이 많지 않은가? 이 책을 읽으며 충격적이 었던 부분은 너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그 옛날 먼 나라의 부족 이야기가 어떻게 현실적일 수 있냐 하면, 바로 ‘폭력’이다. 이 책에서는 수많은 폭력과 억압이 등장한다. 직접 언급하기 어려울 만큼 잔인한 중후반부의 새소녀 이야기는 물론이고, 책 전반에 걸쳐 알아차리기 어려운 폭력들이 존재한다. 어린아이들의 꿈을 밟아버리는 어른들, 새 소녀만 느낄 수 있는 악의에 찬 남자의 웃음. 또 어른들이 정해 둔 길을 걸어야 하는 아이들… 하지만 새소녀는 다른 여자들과 달리 자유의 맛을 알고 있었다. (41쪽) ‘그녀가 혼자 힘으로 살아남아 무리에 대한 의무에 더 이상 묶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사람들이 이해할’’(57쪽)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보이지 않는 의무가 떠올랐다. 초-중-고-대를 거쳐, 취업-결혼-출산. 그리고 이 사이클에서 벗어나면 듣는 유난 떤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인지 12장 아이가 태어나다 에피소드는 개인적으로 이해가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이 에피소드의 말미에 나의 코멘트는 ‘뭐야 결국 모성애인가? 구려. 세대를 거쳐, 대륙을 거쳐, 여자의 삶은 왜 이토록 기구한 것인가!’ 너무 뻔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현실 어디에나 있다. 나는 소설에서라도 다른 결말을 보길 원했나 보다.
소녀가, 소년이 세상 어딘가에 본인들과 닮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까? 아이들이 무리 안에서 꿈을 꿀 수 있게 해 주었더라면 새소녀와 다구는 조금 더 안전하게 그냥 걸을 수 있었을까? 이제 어른들은 ‘나쁜 기억이 당신을 파괴하도록 내버려 두지’(198쪽) 않고 ’ 과거를 뒤로하고 미래를 향해’(225쪽) 지난 꿈들을 되새기며 아이들이 ‘그냥 걷고 있’을 수 있도록해야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강릉에 있었다. 강릉의 겨울 바닷가를 걸으며, 소나무 숲을 걸으며 읽었던 새 소녀는 마치 내가 새소녀 세계관 그 어디즈음에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했다. 이번 겨울 많은 사람들이 새소녀 세계관 속에서 꿈을 찾길 바라며......
이 책의 한줄 평 : HOME SWEET HOME
내가 제안하는 리딩 가이드
- 나의 꿈은 무엇 이었나요?
- 사람들에게 나를 이해시키고 싶었던 적이 있나요?
- 나는 지금 무엇을 하며 살고 있나요?
- 미래의 나는 오늘의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요?
- 고향이 그리운가요? 맞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니라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나는 다시 고향에 돌아가게 될까요?
혹한의 겨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꿈을 따라간 두 젊은이의 찬란한 여정!
주어진 삶을 살 것인가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
생존과 꿈의 기로에 선 두 젊은이의 치열하고 강렬한 이야기
1993년 『두 늙은 여자』로 여러 상을 휩쓸며 어슐라 르 귄으로부터 “읽은 후에는 읽기 전보다 조금 나아진 인간이 된다”는 찬사를 받은 벨마 월리스의 두 번째 소설 『새소녀』가 출간되었다. 알래스카 원주민의 전설을 바탕으로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구성해내는 능력이 탁월한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로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온 전설을 토대로 하나의 완벽한 작품을 탄생시킨다. 온갖 시련과 슬픔 속에서도 각자가 품고 있는 희망과 꿈을 따라가는 두 젊은이의 모습을 통해 원주민의 삶을 독자들에게로 그대로 전한다.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때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놓아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개인의 선택이 무리의 생존과 연결된다면, 꿈을 꾼다는 것만으로도 무리에 위협이 되기도 하니까. 벨마 월리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그리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지켜야만 했던 한 소녀와 소년의 삶을 혹독한 추위가 지배하는 땅을 배경으로 밀도 높게 구성해낸다. 그녀가 써내려가는 이야기는 소설 속 인물들과 우리 사이에 하나의 선을 만들어 읽는 이들을 순식간에 알래스카의 겨울로 이끌며, 생존과 꿈이라는 치열함 속으로 우리를 옮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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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새소녀 꿈을 따라간 이들의 이야기 원서명 Bird Girl and the Man Who Followed the Sun 저자 벨마 월리스 역자 김남주 출판사 이봄 발행일 2021-12-01 사양 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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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봄출판사 서평이벤트로 도서를 제공 받고 작성한 글입니다.